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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클어진 머리칼마저 기뻤다.

// 도망치기엔 이미 늦었어.

 

 

  “하운아….”

 

  잔뜩 힘이 들어간 네 눈꺼풀을 손끝으로 스치듯 어루만졌다. 우물진 볼이 발갛게 달았다. 달싹이던 발간 입술 새로 나지막이 소년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 꼭 말로 해야 아니?”

 

  더운 기운으로 가득한, 아주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 귓가에 감도는 네 목소리와 섞여들어 그저 어지러울 뿐이다. 그 떨림의 끝에서 소년은 서로의 감정을 맺어내었다.

 

  자그맣게 속삭였다, 좋아해.

 

  푸흐, 저도 모르게 작게 터져 나온 웃음. 환한 낯꽃으로 너를 감싸 안았다. 익숙한 향이 저를 휘감았다. 언젠가, 커다란 후드티에서 맡았을 법한 기분 좋은 향. 슬 눈을 감으며 너의 그 너른 등을 어설프게나마 부드러이 도닥였다.

  사랑한단 말은 잠시 아껴두자.

 

  하운아.

  강하운ㅡ.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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